국세청이 누적 체납액 100조 원 돌파에 따른 비판을 피하기 위해 1조 4,000억 원 규모의 국세채권을 편법으로 소멸시킨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고액 체납자의 출국금지를 해제하고 에르메스 가방 등 압류 재산을 돌려주는 등 사실상 '눈감아주기' 행정을 펼친 것으로 확인되어 파장이 예상된다.
■ '체납액 100조' 비난 무서워... 지침 어기고 소멸시효 조작
13일 감사원이 발표한 ‘국세 체납징수 관리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 2020년 누적 체납액이 122조 원에 육박하자 이를 ‘100조 원 미만’으로 줄이기 위해 무리한 감축 목표를 각 지방청에 할당했다.
문제는 줄이는 방식이었다. 정상적인 징수가 아닌, '소멸시효 소급 적용'이라는 편법을 동원했다. 법령상 국세채권 소멸시효는 '압류 해제일'부터 계산해야 함에도, 국세청은 이를 무시하고 '추심일'이나 '압류일' 등 이전 시점으로 소급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이 결과 시효가 지난 것으로 처리된 채권이 대량 발생하며 3년간 총 1조 4,268억 원의 세금이 공중분해 됐다.
■ 에르메스·명품 와인 압류 해제... ‘황제 체납’ 묵인 논란
특히 고액 체납자 1,066명(체납액 7,222억 원)에 대한 관리는 더욱 부실했다. 감사원은 이들 중 289명이 명단 공개 및 출국금지 대상인 ‘중점 관리’ 인물임에도 국세청이 임의로 시효 소멸 처리를 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서울지방국세청은 한 고액 체납자 일가에 대해 출국금지를 해제해 주는가 하면, 압류했던 고급 와인 1,005병과 에르메스 등 명품 가방 30점을 돌려주기까지 했다. 정당한 세금 징수 대신 체납자의 편의를 봐주며 국가 재정에 손실을 끼친 셈이다.
■ 감사원 “징수권 부당 소멸 방지책 마련하라” 엄중 경고
감사원은 국세청의 이러한 행태가 조세 정의를 뿌리부터 흔들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국세청에 대해 국세징수권을 부당하게 소멸시키는 일이 없도록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하고 관련자들에게 주의 조치를 내렸다.
전문가들은 “체납 액수 수치를 맞추기 위해 법적 기준까지 어겨가며 세금을 탕감해 준 것은 전형적인 관료주의 폐단”이라며 “국세청 체납 관리 시스템 전반에 대한 투명성 확보와 철저한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감사 결과로 인해 국세청의 공신력은 큰 타격을 입게 됐다. 향후 국세청이 어떠한 쇄신안을 내놓을지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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